보도자료 내용
제목 여의주
글쓴이 명동사
날짜 2017-01-17 [16:16] count :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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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주가 만난사람들 (3)

[가죽 제품 수선 전문점 운영하는 김동주씨]

멍든 마음까지 기울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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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수상하고 경기가 바닥일수록 오히려 호황을 누리게 마련인 사업이 있다. 다시 쓸 수 있게 고쳐주는 '수선업'이다. 굳이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 다 뭐다 하며 떠들지 않아도 알아서들 고쳐 쓸 수밖에 없는 시절이다 보니 더더욱 그러하겠다.
"일감?" 많아졌지. 작년 말보다 20 퍼센트 정도 늘어난 거 같아요. 예전 같으면 망가졌다고 내다 버리던 것들을 죄다 가져와 고쳐달라니까. 구두 앞창이 닳아 너덜너덜한 것도 수선이 들어와요. 그리고 국산 제품 수선 의뢰가 많아졌어. 그전에는 비싼 외제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값싼 국산 제품도 고쳐 쓰겠다는 거지. 그리고 젊은 손님들이 많아진 것도 변화라면 변화지. 고쳐 쓴다는 건 생각도 안 하던 게 신세대들이었잖아?
'아엠에프'인가, 뭔가 그거 잘 터진 거 같아. 진작에 그랬어야지."

30년이 넘는 수선 경력으로 이미 유명해진 김사장네 수선점에 들어오는 일감은 하루 평균 200여건, 몇 만 원짜리 가죽지갑부터 1천만 원을 호가하는 외제 핸드백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수선비용은 대개 1만 원에서 3만 원이고, 구두 같은 경우 7000 ~ 8000원 선, 꼼꼼한 마무리로 가죽 수선에 관한 한 국내 최고라는 평판을 얻고 있는 김 사장이다 보니 명동사의 문턱은 아예 닳아 없어질 정도..

김 사장이 가죽과 인영늘 맺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32년전, 전남 장흥 땅, 제법 알아주는 지주의 막둥이로 태어나 별다른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그는 성공을 확신하여 상경해 전답 팔아 마련한 돈으로 종로 4가에 양화점을 차렸다.그러나 경험도 수완도 없던 김씨에게 성공이란 놈이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없었다. 2년 만에 양화점을 들어먹는 그는 고향으로 돌아갈 면목이 서질 않아 방황하다 명동에 눌러 앉아 남의 가게 점원으로 새출발을 시작했다.
"고생?" 많이 했지 상계동에서 우이동까지 걸어가라면 가겠수? 버스비 꿀 주변도 없으니 어째? 숱하게 걸어다녔지. 라면 하나 사 먹기가 그렇게 힘들 줄이야.... 월급 8000원짜리 수리공시절 얘기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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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남 얘기하기 좋아하는 축들은 사내자식이 좁은 점방에 들어않아 남의 신발이나 만지고 있다고 비아냥거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10여 년 동안 고생한 끝에
김동주 씨는 드디어 작지만 자신만의 점포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며 김 사장의 명동사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며 번창을 거듭했다.
그곳에 가면 수리 안 되는 게 없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퍼졌다. 이것은 모두 매사에 충실한 김 사장의 성실함이 뿌린 결과였다. 광주에서, 부산에서, 대구에서, 일감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국내의 대형 메이커는 물론이고 샤넬, 발리, 구치, 버 버리, 페라가모, 칼채, 라셀 같은 외국의 유명 제품 사용자도 명동사를 찾았다.
출발은 두 평 남짓안 좁은 가게에서 했지만 이제는 3층과 4층짜리 자리를 넓혔다. 직원들도 열두 명으로 늘었다. 게다가 장성한 두 아들, 상배씨(31세) 와 상곤 씨(28세)까지 가세해 김 사장은 더욱 든든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김 사장네 삼부자는 이제 욕심은 더 이상 안 부릴 작정이다. 더러 명동사의 유영세를 업고 돈 좀 벌어보려는 사람들이 지점을 내자는 등 권유도 하고 조르기도 하지만, 모두 거절했다. 관리에도 문제가많고, 자칫하면 그 동안 쌓아온 명동사의 신용까지 떨어뜨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겠다는 생각으로 가게를 키우는 것도 더 이상은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들 너무 욕심 부리지 말아야 해요. 살아야 얼마나 산다고 남의 것에까지 생의를 내는지 모르겠어.
욕심이 작으면 못 이룰 게 없는 법인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욕심들이 컸어. 조금만 손보면 멀쩡한 물건을 그냥 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워. 우린 아직 그럴 형편이 아닌데 말이야."
당연히 그랬어야 하는데 시절이 시절이다 보니 이런 일도 얘깃거리가 된다면 웃는 김 사장. 어쩌면 그이가 수선하고 싶은 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유명 브랜드의 핸드백이 아니라 . 과소비에 멍들고 이기주의에 젖어 있는 우리들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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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이 작년 말보다 20퍼센트 정도 늘어난 거 같아요. 조금만 망가져도 버리고 새로 사던 사람들이 고쳐서 쓴다고 오니까. 구두 앞창이 달아 너덜너덜한 것도 수선이 들어와요.
그리고 국산 제품 수선 의뢰가 많아 졌어요.
젊은 손님들이 많아진 것도 변화라면 변화지."

하나하나 수작업을 고집하는 명동사 작업실의 전경


글 . 임윤혁 사전 . 김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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